내가 뮤지컬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데에는 동생 덕이 크다. 동생이 언가부터 뮤지컬을 좋아하게 되어 뮤지컬을 찾아보더니 직접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4년 전에 뮤지컬 <레베카>를 봤고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하기 힘들어지는 기간을 제외하고 1년에 한 번씩은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그때 봤던 <레베카>에 카이 님과 신영숙님이 출연하셨는데 그때 두 분께 푹 빠지게 되었다. 특히 카이 님의 엄청난 성량과 깊이 있는 소리에 홀려 카이 님의 뮤지컬은 꼭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이런 나의 취향을 동생에게 지속적으로 얘기하여 올해 뮤지컬 공연은 꼭 카이 님으로 보자고 유도를 하였다.
마침내 <베토벤>으로 돌아온 카이 님을 뵐 수 있게 되었다.
참 우스운게 지금까지 두 번의 뮤지컬인 <레베카>와 <웃는남자> 모두 성공적인 공연이어서 좋은 경험으로 남았는데도 오늘 뮤지컬을 보기 전까지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뮤지컬을 보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뮤지컬 공연은 처음이어서 뮤지컬 관람하는 데 좋은 환경일지 몰라 걱정이 크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저녁 7시 반 공연임에도 항상 시간에 쫓겨 뮤지컬을 관람한 경험 때문에 아침부터 집을 나섰더니 피곤함까지 겹쳐 이게 맞나 싶었다.
동생이 좌석을 아주 좋은 곳으로 잡아서 VIP석의 마지막 경계선으로부터 한두 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정가운데 뒷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VIP석의 범위가 세종문화회관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뒷자리까지 잡아서 내가 앉은 자리가 1층 자리의 뒤에서 두 번째 줄이긴 했지만 무대가 내 눈앞에 딱 펼쳐져 있어서 매우 만족했다. 그런데 앞에 키가 큰 남자분이 앉으셔서 무대 정가운데가 다 안 보이게 되었다. 아무리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들어도 무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자 괜히 비싼 돈 내고 왔다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이 뮤지컬은 넘버가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 큰데 정말 말은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넘버로 뮤지컬이 진행된다. 그래서 랩하는 것처럼 노래하는 부분도 있어서 배우들 숨차겠다는 생각에 뮤지컬에 몰입하는 정도가 떨어졌었다. 거기에다가 베토벤의 머릿속에 있는 목소리를 무용단의 무용으로 시각화했는데 무용이 매우 수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의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무대 장치가 엄청나서 실감이 났고 이야기 전개가 지루하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카이 님의 소리 특성이 이 뮤지컬 넘버들과 너무 잘 어울려서 역시 카이 님이다 하면서 내내 감탄하며 보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슬펐다. 또한, 마지막에 카이 님이 한 솔로 넘버는 앞에서 아쉬웠던 점을 싹 잊게 해 주었다. 아침부터 서울에 올라와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박수가 절로 나는 공연이었다.
그렇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엄마와 동생과 함께 감탄을 내내 하면서 공연의 여운을 느꼈다. 거기에다가 오늘 공연에 극작가, 작곡가, 감독 분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오셔서 감사 인사도 해주셨다. 직접 공연을 만든 분들을 보는 경험을 하니 더욱 새로웠다.
이렇게 뮤지컬을 즐겁게 보았으니 남은 한 해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있었던 답답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하면서 커튼콜 박수를 쳤다. 그리고 오늘도 쾌감을 느끼게 해 주신 카이 님과 다른 배우님들, 스태프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벌써 다음 뮤지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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